재작년에 자격증 따서 어머니랑 같이 부동산하는 공인중개사입니다.
작년 하반기부턴 90%이상 상가만 하지만 작년 초까지는 원룸이나 오피스텔 열심히 넣어줬던 경험으로 한번 써봅니다.
원룸을 전문으로 하는 중개사 일과는 오전에 사진찍거나 광고할 원룸 리스트를 서칭하고 이동 동선을 짜봅니다. 이후 점심을 먹고
기분좋게 나서서 각 원룸을 돌아다니며 사진찍거나 손님 안내를 합니다.
저는 재작년에 따고 병아리시절엔 그 지역에서 어떤 원룸이 인기가 좋고 없고를 몰랐기에 공실 뜨는 원룸 아무거나 다 서칭해서
마구잡이로 사진찍으러 다녔습니다. 무서운 경험도 그때 있었던 일입니다.
한번은 1.5룸(원룸보다 크지만 투룸보다 작고 방이 물리적으로 나눠지지 않은 곳)이 주변 시세보다 싸고 그 오피스텔 내에서도 가장
저렴한 가격으로 나온 공실을 보게되었습니다. 그 오피스텔이 어딨는지도 모른체 가격만 보고 주소를 끄적인 뒤 사진을 찍으러
나서게 되었습니다.
저희 부동산에서 나오게되면 대부분의 오피스텔이나 소형 아파트는 대로변 아니면 대로변 바로 한블럭 뒤 이면도로에 몰려있는데
이상하게도 이 오피스텔은 오래된 아파트와 빌리가 많은 고바위쪽에 위치해있더군요. 그래서 고바위를 먼저가면 동선이 꼬이길래
여기를 가장 마지막으로 가는 쪽으로 동선을 짠 뒤 점심을 먹고 다른 일반 원룸과 오피스텔 사진을 한창 찍기 시작했습니다.
8군데를 사진찍고 나니 시간이 거의 4시를 넘어가며 슬슬 땅거미가 지기 시작했었죠.
드디어 문제의 그 오피스텔에 도착을 했습니다. 근데 그 오피스텔은 밖에서만 봐도 어둡고 축축한 느낌이 엄청 드는 곳이라는
생각이 드는 곳이었습니다.
(본 사진은 참고를 돕기위한 자료사진입니다.)
인터넷에 유명했던 절벽 아파트처럼 오피스텔 뒤쪽이 산을 절토해서 만든 옹벽으로 막혀있었습니다.
밖에서만 봐도 찜찜해서 들어가기 싫었지만 그 당시 너무나도 저렴했던 월세의 1.5룸이면 광고를 올렸을때
손님들의 이목을 끄는 미끼 상품으로 쓸 수 있을거 같아서 찜찜했지만 눈 딱 감고 들어가기로 맘을 먹었죠.
물웅덩이가 고인 주차장을 지나 1층 엘리베이터가 있는 중앙현관을 들어서는데 그때 당시 겨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퀴퀴한 냄새가
코를 찌르듯 1층 현관 전체에 켜켜히 뭉쳐있었습니다. 속으로 시발시발..하면서 3층으로 올라가니 여긴 또 찌든 담배냄새가 엄청나게
풍기고 있는 복도가 나오더군요. 게다가 복도에 전구가 있어도 창문이 복도 양쪽 끝에 2개가 나있는게 전부다보니 엄청나게
어두웠습니다. 거기서 문제의 그 방을 찾아서 비밀번호를 하나..하나...하나..하나...눌렀습니다. 그리고 문을 열었는데....
첨엔 거의 암것도 안보이더군요. 방 자체가 북향이었고 거기다 바로 앞에 옹벽이 있어서 빛이 거의 안들어오고 겨울철 오후 4시라서
불을 안키면 그냥 거실쪽 창문에만 보이고 현관이랑 화장실쪽은 어두웠습니다.
왼쪽 신발장을 열어서 두꺼비집 스위치를 찾아 올리니 세상에.....
브라운관에서만 봤던 폴리스라인이 끊어진 채 주방 겸 거실 바닥에 널부러져 있더군요...
이해를 돕기위해서 그 당시 1.5룸의 구조를 한번 그려봤습니다.
폴리스라인이 있던곳은 정확히 주방과 현관 사이 좁은 입구였습니다. 여기에 조각난 폴리스라인이 있고 주방 겸 거실에는
누수의 흔적인지 뭔지 모를 이상한 얼룩이 바닥 장판에 반 이상을 뒤덮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침대 매트리스에도 갈색 얼룩이 엄청나게 번져있는 상태로 벽면에 기대 세워져 있었구요....거기다 냄새는 쩐내와
막걸리 썩은냄새(학교 축제 끝나고 배수구에서 올라오는 개썩은내)가 엄청 나길래 진짜 정신없이 뒤도 안돌아보고 바로 나왔습니다.
그리고 바로 근처에 있던 무인아이스크림 가게로 들어가서 돼지바를 한개 사먹으면서 놀란 가슴을 달랬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원래 사람이 급하게 나오면 늘 가스불을 껐나? 집안 형광등을 껐나? 라는 쓸데없는 걱정이 들기 마련이죠? 중개사들도 마찬가지로
대부분 공실은 두꺼비집이 내려가있기 때문에 나갈때 꼭 두꺼비집을 내린 상태로 돌려놓고 나와야합니다. 괜히 불켜고 갔다가
집주인에게 니가 관리비 낼래? 하면서 욕을 태반 얻어먹기 마련이거든요.
저도 꼭 두꺼비집이나 불을 끄고 나와야한다고 첨에 교육을 받았기에 그것만은 지켰는데 아까 저 공포의 오피스텔을 나오며
두꺼비집을 내린 기억이 도저히 안나는 겁니다. 그렇다고 거기를 또 가기엔 너무나도 무서웠지만 건물주의 호통이
더 무서웠기에 할 수없이 다시 그 오피스텔로 돌아갔습니다.
물론 개쫄보라서 바로 안들어가고 당시 들어갔던 방이 있던곳이 3층이었던지라 오피스텔 뒤쪽으로 돌아가서 올려다보면
방에 불이 꺼졌는지 켜졌는지 확인할 수 있을거라는 생각을 하고 오피스텔 뒤쪽으로 이동했습니다.
제발 꺼져있어라..제발 꺼져있어라.. 속으로 되뇌이며 뒤에가서 올려다보는데...시발...3층에 불이 들어와있습니다.....
그 순간 육성으로 시발! 소리가 나오더군요. 저는 담배도 안피는 비흡연자인데 그 순간 너무나도 담배가 떠오르고
손이 떨렸지만 빨리 저거 수습하고 안돌아가면 집에 못가는 상황이라 눈 딱 감고 그 던전을 들어가서 현관문을 열자마자
바로 두꺼비집을 내린 뒤 사무실로 거의 도망치다시피 내려왔습니다.
그날엔 무서운 경험을 이야기할 겨를도 없이 바로 집에갔고 다음날 와서 어머니랑 실장님에게 이러이러한 곳을 다녀왔다 라고
말하니 거기는 25세대 중에 사는 세대도 10몇 세대밖에 안되고 시설이랑 사는 사람들 질도 너무 안좋아서 웬만하면 안가는
곳인데 용케도 다녀왔네 라는 소리를 하시더군요....거기서 무슨 사건이 일어난건진 어머니나 실장님도 모르셨지만 아무튼
평판이 좋은곳은 아니라는 사실만 알게되었습니다.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곳일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 당시 너무 무서웠던
경험 중 하나로 기억하고 있네요.
여기 말고도 부적으로 도배된 원룸, 사람 죽었단 소문도는 원룸 등 무서운 곳이 상당히 많더군요. 나머지 기회가 되면 그 썰도
풀어보겠습니다.